교통사고를 '의문사'로 보는 시각은 세상의모든 일을 음모의 하나라고 보는 것이다. 사고를 당한 고속도로는 미래의 도로 확장을 목적으로 중앙 분리대 대신 양쪽 차선 사이에 20미터 정도 폭의 잔디 지역이 있다. 그 지역은 움푹 들어가 있어 비가 올 때 배수가 잘 되도록 관리하여 도로 역활은 안 하므로 차가 질러 가기 힘들게 돼 있다. 아무리 운전 실력이 좋다 해도 시속 1백 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달리다가 그 잔디 지역을 가로질러 반대 차선의 차와 충돌한다는 건 확률이 지극히 작은 사고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사고 발생에 관하여 의문을 가질 수 있고 음모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사고는 일어난 것이다. 만일 누군가 의도적으로 일으킨 사건이라면 성공확률이 거의 확실해야 할텐데 이처럼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암살시도를 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그렇게 모든 사안을 의문의 시각으로 보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일어나는 모든 교통 사망 사건이 의문사가 될 것이다. 당신이 어느날 어느 장소에 있었을 때, 하필이면 그 시간에 왜 거기에 있었는가? 이런 질문에 한 점 의혹 없이 답할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음모따위는 없어도 우리네 일상이란 늘 여러 유형의 우연과 예외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다.
-『이휘소 평전』, P270~271, 강주상 지음 -
이미 과학계에서는 이휘소의 죽음에 대한 음모론을 부정하고 있으나 불행이도 이런 음모론은 오늘날 한국의 일반적인 상식인양 통하고 있으며 방송도 그렇게 보도하는 실정입니다.(최근 방송) 오죽이면 이휘소 평전에선 챕터 하나를 할애하여 이런 음모론이 거짓임을 밝히고 있겠습니까?
특히 이휘소가 핵무기를 연구하고 있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릅니다. 해당 평전에서 챕터 하나를 할애하며 반론한 내용을 인용하면,
이휘소는 핵물리학자가 아니라 소립자 물리학자이다. 소립자물리학은 원자핵보다 작은 우주의 기본 입자들 간의 상호 작용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로서 핵무기와는 거리가 멀다. 이휘소는 미국의 핵무기 개발 책임자였던 오펜하이머가 원장으로 있던 프린스턴 고등연구원과, 핵연쇄반응을 최초로 성공시킨 페르미를 기념하여 만든 페르미 연구소에 근무하기는 했지만, 이 두 기관은 핵무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곳이다.
특히 이휘소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페르미 연구소는 고에너지 물리학 연구를 하는 순수 학문 연구소이다. 9.11사건 이후 좀 달라졌지만 당시 이 연구소는 주간에 많은 시설이 개방되어 있고, 경비도 없을 정도로 일반인의 출입이 자유로웠다.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직장에 출퇴근하는 지름길로 사용할 정도였다. 그때 이 연구소의 중앙연구동은 연구실의 문이 없기로 유명했다. 경리과 이외에는 소장실을 포함하여 모든 연구실이 문 없이 칸막이로만 이루어져 있다. 이 연구동 앞에는 국제 공동 실험에 참여하는 20개국의 국기가 걸려있는데, 태극기도 1970년대부터 그 대열에 끼어있다. 한국팀이 참가하여 국제 공동 연구를 하고 있기때문이다.
강주상은 1993년에 이 연구소에 방문교수로 방문한 바 있는데, 이휘소는 미국 국가 기밀 취급에 필요한 비밀 취급 인가를 받고 있지 않았다고 들었다. 기밀에 접하지 않기 때문에 인가를 받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휘소의 의문사를 보도한 잡지 기사에 강경식은 단호한 어조로 말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다. 우선 전공이 다르다. 이휘소는 입자물리학자이고, 핵무기는 수백명의 핵공학자와 기술자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핵무기 이론이야 이휘소가 살아 있을 때 이미 공개된 자료여서 대학생의 학부 논문으로 나오고 있는 실정 아닌가, 그런 기사를 쓰려면 우선 가까운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할 텐데,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 작가와 기자들이 자기들끼리 서로 인용하면서 사실인양 몰고 갔을 뿐이다."
-『이휘소 평전』, p264~265, 강주상 지음 -
만일 정부에서 정말로 고에너지 물리학과 핵무기 개발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믿고 무기 개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소립자 물리학 연구를 적극 지원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에너지 물리학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부 지원이 가장 뒤떨어진 분야 중 하나이다.
훈장 추서 또한 그의 사망후 물리학회에서 추천하여 겨우 3등급에 해당하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을 뿐이다. 그나마 이휘소의 업적을 잘 아는 몇몇 한국인 물리학자들이 강력히 추진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휘소 평전』, p269, 강주상 지음 -
교통사고 후 강주상이 재미과협 회보에 기고한 글 중에 자녀들이 한창 우표 수집에 취마가 있을 때 그들로 하여금 박 대통령에게 편지하여 청와대에서 보낸 한국 우표를 받아 학교에 전시하였다고 한 내용이 있다. 이를 두고 이휘소와 박정희 간에 특별한 관계가 있는 듯 한 주장을 하는데 우표가 배달된 곳은 어린 딸 아이린의 학교이고 봉투를 보더라도 극히 형식적이었다. 이러한 일은 흔히 있을수 있는 일이다.
미국에서 백악관에 초등학교 학생들이 편지를 보내기도 하는데 아이린은 청와대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생각했을 터이고, 그때나 지금이나 청와대는 이를 '민원'으로 처리하여 직접 답신하거나 관계부처로 하여금 회신하도록 되어 있다. 특별히 대통령과 무슨 관계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답신 봉투에 대통령 이름이라도 명시되었을 것이다.
-『이휘소 평전』, p270, 강주상 지음 -
흔히 이휘소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었으며 박정희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입니다. 특히 핵심적인 주장은 굵게 처리했으니 그부분을 확인하며 인용된 내용을 읽어보시면 오늘날 정론인양 퍼져있는 음모론이 사실은 맞지 않다는걸 알수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음모론은 90년대 들어 활발하게 퍼집니다.
(계속)
PS: 후속으로 쓰게될 포스트는 읽는 분들의 발암을 유도하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PS2: 그리고 박정희의 자주국방에 대한 환상도 깰 필요가 있겠습니다.

















덧글
누친님의 재미있는 이야기 기대해 보겠습니다
하앜하앜
지금 생각해보면 묘하게 혹부리로 추정되는 인물이 긍정적인 모습으로 묘사한 것 처럼 느껴졌던지라 '이거 따지고 보면 좀 위험하지 않나' 싶기도 했구요.
=>아니 이 분이...이글루스 이웃들을 모두 몰살시키려고 그런 혐오포스팅을 하는 겁니까!!!!!!(퍽!)
의외로 이휘소 떡밥을 진지하게 믿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심지어 음모론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판하던 분까지 그런 생각을...
사실 이글루스에서 속히 밝혀져야하는 음로론이라면 역시나 ㅇㅅㅋㄹ ㅇㅌㅁ 암매장건이지 말입니다.
그리고 음모론은 더이상은 Naver...
너무 시달렸습니다.